서울대 가정의학과 유태우씨

최근 채식 열풍의 진원지가 된 방송 특집프로그램이 국내 실정에 맞지 않은 비과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오히려 국민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유태우(柳泰宇) 교수는 28일 최근 방영된 SBS 특집방송 ‘잘 먹고 잘 사는 법’의 비과학성을 지적하는 자료를 통해 국민건강을 해치는 상업방송에 대해서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유 교수는 먼저 육류와 유제품 소비를 줄이고 채식위주로 식단을 꾸미자는 이 방송의 주장은 서양과 한국의 식문화 차이를 무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미국은 육식 위주의 식사로 지방이 하루 섭취칼로리의 40%를 넘어 10명 중 3∼4명이 심장병으로 사망하고, 대장암 사망률이 세계 2위이기 때문에 채식 위주로 식문화를 개선하는 게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그러나 한국인의 평균 지방 섭취량은 19%에 머무르고, 심장병 사망률은 미국인의 16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미국인의 질병과 이에 따른 처방을 한국인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전혀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유 교수는 “과도한 지방질 섭취는 경계해야 하겠지만 그것이 육류와 유제품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의 방증은 되지 못한다”며 “오히려 지난 수십년에 걸친 식생활 개선은 평균수명을 늘리고 청소년의 키를 더 크게 하며, 체력을 튼튼하게 키우는 등 긍정적인 작용을 해 왔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건강한 식습관과 관련, “무엇을 먹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먹느냐도 중요하다”며 “아침을 꼭 챙겨 먹고 육류와 어패류, 곡류, 채소, 과일 등을 가리지 말고 골고루 20분 이상 천천히꼭꼭 씹어 먹으며, 소금과 지방질 섭취를 조금 줄이고, 우유를 하루 1~2잔 마시면 금상첨화”라고 덧붙였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출처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