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병장수…운동뿐이죠

노인병은 쉽게 치료되지 않는 만성퇴행성 질환이 많다. 이에 따라 기능 장애가 생기기 쉽다. 식사를 제대로 못하고, 대소변을 못가리며, 잠도 잘 못잔다. 질병을 완치하려 들기보다는 합병증이나 기능 저하를 예방하는 데 노력하는 것이 현명하다. 또 노인병은 증상이 애매하다. 폐렴이 생겨도 기침이나 열이 없는 때가 많다. ‘노인의 날’을 맞아 노인들의 건강관리에 대해 알아본다.

◇완치보다 기능 유지=노년기 건강관리의 특징은 기능에 초점이 맞추어진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협심증·당뇨·고혈압·고지혈증·전립선 비대증·만성 위염으로 6가지의 약물을 복용하는 노인이라도 식사하고 목욕하고 움직이는 데 큰 지장이 없는 경우가 있다. 이들은 별다른 질병 없이도 타인의 도움 없이 거동하지 못하는 노인보다 더 오래 행복하게 살 가능성이 높다.

이런 기능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건강한 생활양식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틀에 한번 이상, 한번에 40분 이상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수면과 식사 시간이 규칙적이고, 과식·과음하지 않으며 담배를 피우지 않는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일반적으로 5년 이상 오래 산다. 물론 이러한 생활양식을 젊어서부터 계속 유지해왔다면 효과는 배가된다.

◇운동이 보약=전문가들은 “아직 운동을 능가하는 의술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운동은 혈압과 혈당을 낮추고, 동맥을 부드럽게 만든다. 또 골다공증을 예방하며 면역기능을 유지시켜 여러 암과 세균의 감염을 막아준다.

다만 노년기 운동은 젊었을 때와는 차이가 있다. 심한 운동을 갑자기 시작했을 때는 심장마비나 골절과 같은 사고가 뒤따른다. 부상을 막기 위해 유연성을 키우고 몸을 따뜻하게 만드는 준비 운동과 증가한 교감 신경계를 무리 없이 본래대로 돌아오게 하는 마무리 운동을 10분씩 꼭 해야 한다.

노년에 새로 운동을 시작하려는 사람에겐 강도가 심하지 않으면서도 많은 효과를 가지고 있는 걷기가 최고다. 하루 40분씩 빠르게 팔을 앞뒤로 크게 흔들며 큰 보폭으로 걷는 방법이다. 무릎이나 허리의 관절염이나 비만으로 걷기 힘든 이는 수영장 같은 물 속 걷기, 스트레칭과 비슷한 운동이 도움된다. 물 속에서는 칼로리가 훨씬 많이 소모되므로 좀 더 천천히 해야 한다.

◇영양불량 조심=노인들은 치아도 부실하고 입맛도 없고 소화기능도 떨어지기 때문에 음식을 잘 먹지 못한다. 지속되면 필수 영양소가 부족해지면서 영양불량으로 활력을 잃는다. 두드러진 병의 증상도 없이 자꾸 누워서 지내려 하고 맥이 없어지는 노인들은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우선 체중이 줄었는지 살펴본다. 최근 한달 사이에 3㎏ 이상 체중감소가 있다면 영양불량이 의심된다. 피부 탄력이 크게 떨어지고 머리털이 많이 빠져도 그렇다. 얼굴이나 팔다리에 부기가 있는 것도 영양불량 때문일 수 있다. 특히 철분이나 비타민 섭취가 부족하면 빈혈이 잘 생긴다. 혼자 지내거나 술을 많이 먹는 노인이 기운이 없으며 어지럽고 두통이 생기고 숨이 가쁜 증상 등이 생긴다면 영양섭취 부족에 의한 빈혈일 가능성이 높다.

치아상태가 부실해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경우 각종 영양성분을 섞어 죽으로 만든 영양식과 비타민제 등을 섭취하도록 한다. 또 노인은 당 조절 능력이 떨어져 혈당이 증가하거나 감소한다. 이 때문에 피로감이 들고 운동부족 현상이 나타나며 갑상선 기능 저하·전해질 평형 장애·감염증 등이 잘 생긴다.

〈도움말: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유태우 교수·한림대 평촌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윤종률 과장〉

/전병역기자 junby@kyunghyang.com/